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제목에서 이 책은 그냥 끌렸다. 내가 틀릴 수도 있지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한다. 하지만 살면서 이 말을 인정하는 순간은 많지 않았다.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내가 틀려도 맞다고 우겼던 경우가 훨씬 더 많았고, 그로 인해 작은 일이 큰 일로 변한 경우도 있었고, 사람을 잃었을 때도 있었다. 또한 내가 선택이 옳다며 말도 안 되는 길로 들어서서 먼 길로 돌아 나온 적도 있고, 내 생각이, 내 예상이 맞다며 시작도 안 해보고 포기한 일도 많았다.
이 책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이 다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왜 나는 나는 다 맞다고 생각하며 살았을까?
최근 계속 면역력이 떨어져 무기력해진 나 자신을 책망하고 원망하고 나를 미워했다. 거울조차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. 눈가에 세월의 흔적과 불어난 살들의 모습이 보기 싫어서 피해버린 것이다. 저자는 루게릭이라는 정말 내 신체가 내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점점 굳어져가는 몸에게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함께 싸워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한다.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. 나는 한 번이라도 나 자신에게 39년 동안 잘 살았다고, 고생했다고, 고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가? 이 책을 통해 나는 받아들이기로 했다.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,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며, 나의 내면의 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보기로 했다.
책소개
'망설임도, 두려움도 없이 떠납니다'
저자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는 정말 그렇게 2022년 1월에 눈을 감았다. 그의 죽음은 정말 아름다운 끝을 보여주었다.
그의 책은 토마스 산체스의 그림으로 좀 더 평온하고 깊은 울림을 주었다.
저자는 한 때는 대기업 취업 3년 만에 역대 최연소 임원으로 지목된 27살의 청년이었다. 하지만 그의 삶은 늘 갑갑했고, 의문이 가득했으며
쉴 새없이 불안했다. 그러는 어느 날 그는 그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다.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숲 속에서 수행을 하고자 한다.
17년 동안 수행에서 그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는 않게 되었다는 큰 깨달음을 속세로 돌아와서 사람들에게 전달한다.
너무 인간적인 것이 17년 동안 수행을 하더라도 다시 속세로 돌아왔을 때 허망함도 겪는다. 혼자서 고립도 되어보고 다시 이루 말할 수 없는
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. 하지만 그는 스스로 다시 이겨낸다.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는 루게릭에 걸리게 된다. 정신은 멀쩡한데 나 몸이
내 의지와 다르게 움직여지지 않는 병,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루게릭을 앓고 있으면서도 그는 폭풍우를 맞이하는 이들을 위해 이야기한다.
인생에서 언제고 폭풍우를 맞이하게 된다.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온다. 이때 자기 생각을 모두 믿어버린다면 바닥이 없는 심연으로 빠져든다. 좀 더 평온한 시기에 생각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면 두려움과 아픔이 마침내 당신을 찾아왔을 때 가느다란, 그러나 굳건한 구명줄이 되어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.
생각과 자신을 동일 시 하지 말라.
"생각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. 하지만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무비판적으로 자신과 동일시한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."-p 31
"우리는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생각일 뿐, 진실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만 하면 됩니다."- p 53
"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는 말라"-p 59
우린 때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미리 생각하고 걱정하고 믿어버리는 일이 많다.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.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듣기보다는 하루에도 몇만 개가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들에 사로잡혀 감정을 소모하고,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.
대학생 시절에 첫인상이 딱 내가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. 2년 내내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다. 그냥 이쁘고 인기가 많은 사람이라 나랑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고, 나는 아르바이트를 3개씩이나 하면서 학교를 다니는데 저 사람은 맘 편하게 학생회도 하고, 교수님들에게 이쁨도 받고, 그래서 성적도 잘 받는 것이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시기와 질투였던 것 같다. 국가고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도서관에서 이 사람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. 너무 이야기가 잘 통했다. 공감대도 많았다. 행복해 보였지만 아픔도 있었다. 결국 내가 만들어낸 생각에 사로잡혀 이 사람을 제대로 보지조차 못했던 것이다. 이때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, 저 사람을 보고 떠올랐던 내 생각들이 다 틀렸다.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좋은 인연으로 남아있지만, 그 시절 좀 더 어렸을 때 함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.
또 한 가지 나는 나 생각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다. 그 생각이 결국 내 자신을 부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.
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멀리하고 일부러 나쁘게 말한 적도 많다. 내 생각이 다 맞는 것이 아닌데 그렇다고 인정했으면 되는 인정하는 게
꼭 패배한 느낌이 되었다. 인생에서 무조건 이길 수가 없는데 말이다. 대학 시절 이 책을 봤었다면 나는 조금 더 나를 인정하고, 나를 힘들게 했던 생각들을 비워낼 수 있었을 것 같다.
스스로를 소중히 여겨라
"우리 자신에게 먼저 연민을 베풀 수 없다면, 다른 사람을 향한 연민은 더더욱 부족하고 취약할 것입니다."-p 220
"우리는 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. 그것을 기억해야 합니다." -p 222
40년 가까이 나는 늘 나를 책망과 자책으로 내몰았다. 왜 나는 몰입을 못할까? 왜 나는 돈을 못 모을까? 왜 나는 뚱뚱할까?
왜 나는 끈기가 부족할까? 왜 나는 절제력이 없을까? 왜 나는 미친 듯이 좋아하는 게 없을까?
나는 나 자신이 늘 불만이었다. 특별히 내가 이룬 것들에 성취감도 느끼지 못했다.
스트레스로 장이 멈추고, 메니에르라는 면역저하 질병들이 덮쳐도 나는 내가 많이 소모되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.
남들은 다 버티는데 넌 왜 못 버텨? 책망만 했다.
돈을 모아 아파트를 사고 투자를 하고 그런 사람들을 보면 빚만 있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기까지 했다.
그런데 한 사람이 이런 내 이야기를 듣고 "참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네요 라는 말을 했다. 몸이 조금 쉬었으면 하나 봐요"
나 마음과 몸도 쉼이 필요했던 것이다.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큰 딸로서 착하게 엄마 옆을 지켜야 엄마는 우릴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성인 될 때쯤 형편이 어려워 생활비를 벌어가며 공부하는데 독하게 하지 못해 장학금도 다 받지 못한 죄책감. 무거웠다. 그래서 쉼이 필요했다. 난 대학시절 참 열심히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되었고, 공부해서 면허 따고 방사선사로서 10년 이상 근무해 온 나 자신도 대견스러워도 되는 것이었다. 누가 알겠는가? 내 마음을, 내 상태를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.
그렇기 때문에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. 나는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.
"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맺는 온갖 관계 중에서 단 하나만이 진정으로 평생 이어집니다.
바로 우리 자신과 맺는 관계입니다". 명심하자!!!!!!